트위스티드 원더랜드 ::: 디어솜니아 기숙사




   “반루즈 대리님, 부장님이 안 보이는데요….”
   “이런, 또 찾으러 가야하나.”
   “30분 뒤 발표 시작인데요?!”
 
   아아. 이 팀은 정말 왜 이런 걸까. 부장이라는 사람은 중요한 회의 때마다 모습을 감추질 않나. 대리는 불쑥 나타났다 불쑥 사라지고, 동기들은….
 
   “실버! 일어나라! 자료 준비는?!”
   “…응? 아, 세벡. 저기, 복합기에 있어.”
   “복합기?! 설마 출력한 상태로 그대로 둔 건가?!”
   “음. 깜빡 잠들어서.”
 
   세상에 중요한 프로젝트 발표를 앞두고 잠드는 사원이 어디 있단 말인가! ‘믿을 수 없다’고 하고 싶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을 외면 할 수는 없다. 세벡이 더 화내기 전에 미리 출력물을 가져온 나는 각 자리에 자료를 나눠놓고 주변을 정리했다.
 
   “아이렌! 나는 장비를 점검할 테니, 여기는 마저 부탁해도 되나?”
   “엑. 나 혼자?”
   “실버보다는 네가 더 믿음직하니까.”
 
   저렇게 말하면 거절할 수 없지. 어쩐지 우쭐해진 나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고, 결국 이 넓은 회의장에는 나와 실버, 그리고 대리님만 남게 되었다.
 
   “저, 실버.”
   “응.”
   “이번 회의 진짜 중요하니까, 그만 일어나서 나 좀 도와주면 안 될까?”
 
   실버는 조금 잠이 많을 뿐, 근본적으로 나태하거나 불량한 사람은 아니다. 내 부탁을 들은 실버는 잠깐 고민하는 것 같더니,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간식이랑 커피 가져올게. 명패도 놓고.”
   “응. 고마워.”
   “너는? 대리님이랑 같이 부장님 찾으러 갈 거야?”
   “아니. 대리님은 시간보다 빨리 온 손님들 상대해야지. 나 혼자 찾으러 갈 거야.”
 
   ‘오.’ 실버는 안타까움과 놀라움이 섞인 탄식을 내뱉곤 손을 흔들었다. 그래. 지금 내가 하려는 일은 우리 부서의 업무 중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니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당연하지. 전쟁터로 나가는 장군처럼 늠름히 손을 들어 보인 나는 후다닥 비상계단으로 달려갔다.
   자, 오늘은 어디에 계시려나? 1층 카페? 아니면 옥상? 그것도 아니면….
 
   “음? 아이렌. 어딜 가고 있지?”
   “아?”
 
   우선은 아래로 내려가 보자. 그렇게 정하고 계단을 내려가던 나는 두 층 정도를 내려오자마자 그토록 찾던 목표물을 단번에 발견하고 말았다.
 
   “드라코니아 부장님!”
   “너도 휴식을 취하러 온 건가? 여긴 경치가 좋은 명소이긴 하지만, 신입이 알만한 곳은 아니라 생각했는데.”
   “무슨 소릴 하세요! 오늘 프로젝트 발표일이잖아요! 안 보이셔서 찾으러 다녔다고요!”
   “음?”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인데.’ 부장의 표정은 정말로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아서, 나는 황당해 할 의지조차 잃고 말았다.
 
   “나는 또 초대받지 못한 건가.”
   “엉뚱한 소리 마시고, 얼른 회의장으로 가요!”
   “알았으니 그리 재촉 말도록.”
 
   이제 겨우 10분 남았는데, 어쩜 저렇게 여유로울 수가 있나. 물론 이렇게 조금 나사 빠진 것 같아 보여도 언제나 일처리 결과는 완벽하니 부장이 된 거겠지만, 가끔은 어이가 없단 말이지.
   한숨 쉬는 나를 슥 훑어보던 부장은 슬쩍 웃더니, 가볍게 내 등을 토닥였다.
 
   “발표는 내 특기지. 네가 그렇게 걱정할 것 없어.”
 
   ‘앞장서도록.’ 믿을 수 없을 만큼 침착한 상대의 위로에 정말로 차분해져버린 나는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고 앞서나갔다.
   어째서일까. 이토록 엉망진창으로 준비했는데도, 어떻게든 잘 될 것 같다.
   동기들과 상사를 믿기로 한 나는 크게 심호흡하고 비상구의 문을 열어젖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