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신연의 ::: 황천화




   * 캐해석, 설정 날조 주의
   * 급 전개, 급 마무리 주의

   * 드림주가 보현진인을 짝사랑하고 있습니다





   상사가 부르는 목소리에 인상이 찌푸려진다. 하고 있던 업무를 그만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상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또 무슨 말을 하려고. 뚱하게 쳐다보자 표정부터 지적하는 상사에게 속으로 욕을 하며 이야기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뭐라고 떠들어봐라. 나는 하나도 안 들리니까. 그 뒤로는 정말 무슨 말을 했는진 기억이 안 나지만 그만 가보라는 말에 알겠다며 자리로 돌아왔다. 자리에 앉아 다시 하던 일을 시작하니 옆에 앉은 상사가 고개를 들어 검지로 책상을 툭툭 건드린다.

   “뭐라고 그래?”
   “늘 하던 말이죠.”
   “저녁에 한잔할까?”
   “천화 대리님께서 사주시는 거죠?”
   “당연하지.”
   “앗싸.”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하던 두 사람이 누군가에게 시선을 받자 다시 자기 일을 시작한다.



   1차로 식사를 마친 것 밖에 되지 않았는데 천화는 눈앞에 있던 그의 행동을 보며 땀을 흘린다. 올려 묶은 머리 타래가. 몸의 움직임에 따라 좌우로 엇갈려 목소리는 아까보다 커진 상태였다. 들고 있던 맥주잔을 쾅 소리 나게 테이블 위로. 올려놓자 시선이 쏠리다 다시 각자 제 할 일을 한다. 천화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는 고개를 겨우 들어 옆으로 기울인다.

   “괜찮아?”
   “당연히… 괜찮을 리가요! 그놈의 부장이 제가 한 일을 자기가 한 것 마냥! 어? 그런 것도 짜증 나 죽겠는데 그 뭐냐. 툭하면 외모 지적에… 자기 외모나 제대로 보라고!”

   쾅. 끼익. 이어서 벌떡 일어난다. 천화가 당황한 것도 모른 체 상사 외모를 지적하기 시작한다. 제대로 씻고는 다니는 건지 냄새도 나고 옷은 몇 번씩 같은 옷을 입고 나오질 않나. 그 후론 같은 말을 계속했다. 반복되는 말과 휘청이면서도 서 있는 행동은 또다시 시선이 집중된다. 천화가 상체를 살짝 숙이며 팔을 쭉 뻗는다.

   “내가 얘기 들어줄 테니까 앉아봐.”
   “천화 대리님께서 뭘 알아요! …제가 뭐 때문에 버티는지…”
   “뭐 때문인데?”
   “옆 부서에 있는… 보현 과장님이 있어서… 저 여기 처음 왔을 때… 대화했을 때애~!”
   “그랬구나. 힘들었구…”

   눈치를 보며 주변을 둘러보다 대각선 쪽에 사레가 들렸는지 콜록대던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저 얼굴은… 그리고 맞은편에 앉은 저 뒷모습은……. 옆 부서 과장을 발견한 천화는 맞은 편에 앉은 또 한 사람이 그가 말하는 좋아하는 과장이라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 더는 말하지 않게 일단 자리에 앉혔다. 울고 있는 그에게 손수건을 주면서 달래주고 좋아하는 안줏거리를 더 시킨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더 시켜줄까?”
   “보현 과장님이 보고 싶어요. 보현 과장님 불러주세요.”
   “과장님은 내일 보고 이거 먹어. 자, 아 해.”
   “아…….”

   주는 음식을 잘 받아먹는 그를 보며 천화는 숨을 길게 내쉰다. 저기 있는 옆 부서 과장 두 명이 아니, 적어도 좋아하는 그 과장만이라도 알아보지 말아야 할 텐데. 천화는 직원이 가져온 안주를 먹으라며 젓가락을 쥐여주자 훌쩍이며 먹는 걸 보면서 술 대신 물이든 컵을 앞에 놔준다. 그러다 감정이 올라왔는지 다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취해도 단단히 취했네. 손을 뻗어 들썩이는 어깨를 토닥여준다.



   얼마나 마신 건지. 머리가 지끈거린다. 숙취해소 음료와 약을 마셨음에도 두통과 속은 편하지가 않았다. 천화와 함께 술을 마시면서 부장을 욕한 것까지만, 기억이 난다. 그다음은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 뭐 실수 한 건 없겠지. 속이 안 좋은 것 같아 물이라도 마실까 바로 옆에 있는 준비실로 가 종이컵을 꺼내 물을 마신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비켜주려 벽 쪽에 등을 기댄다. 들어온 사람을 보고 놀라 몸을 바로 세웠다.

   “안녕하세요.”

   진짜 이쁘다. 웃는 얼굴이. 너무 놀라, 말을 못하고 가만히 있으니 고개가 살짝 옆으로 움직인다. 당황해하는 걸까 싶어 그가 이어 인사를 한다.

   “아, 아, 안녕하세요…! 보현 과장님!”
   “어제 많이 마신 것 같은데 괜찮아요?”
   “당연 괜찮… 네?”
   “오늘 하루도 힘내요.”

   아무것도 챙기지 않고 인사만 하고 나가는 보현을 보던 그는 조금 전의 의문을 해결하려 하지 않은 체 그저 자신과 인사를 하기 위해 왔다는 사실이 기쁠 뿐이었다. 숙취가 날아가는 것 같아 혼자 기쁨의 댄스를 추고 있던 그는 천화가 준비실로 들어오자 행동을 멈추고 얌전히 서 있다.

   “안녕하세요.”
   “숙취해소 음료 마셨어? 어제 엄청나게 취했잖아.”
   “네. 하지만 괜찮아요! 조금 전에 보현 과장님께서 먼저 인사해주셨어요!”
   “그래. 네가 보현 과장님 보고 싶다고 했잖아.”

   왜 저 말에 보현이 했던 말이 떠오른 걸까. 싸한 느낌이 들었다.

   “제가… 그랬다고요?”
   “어. 그런데 보현 과장님이랑 태공망 과장님이 어제 우리랑 같은 가게에 있었거든.”

   달그락. 들고 있던 종이컵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내용물은 없었으니 가벼운 종이컵이 굴러 천화의 구두 끝에 부딪친다. 설마… 아니겠지. 저를 보고 웃으며 인사하던 보현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악! 어떡해! 천화 대리님 미리 얘기 좀 해주시지!!”
   “미안. 나도 술을 마셔서 깜박했거든…….”
   “…다시는 술 마시지 않을래요.”
   “진짜 미안하다.”

   기운이 쭉 빠지고 배와 머리가 다시 아파져 천화가 들고 있는 숙취해소 음료를 빼앗아 마신다. 이 억울함을 누구에게 풀어야 할까 생각을 하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건 부장밖에 없어 부장 욕을 속으로 열심히 하면서 천화에게 떠밀려 준비실 밖으로 나온다. 저를 쳐다보며 걱정하는 보현을 부끄러워 쳐다보지도 못 한 체 제 자리에 앉아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술 마시지 않을거야. 진짜로. 다시 한번 다짐을 하면서 저를 부르는 원인의 부장 목소리에 빠르게 몸을 일으킨다.